8월 말부터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서 사지방 이용을 못 했다. 부대 내에서도 예방에 더욱 힘을 쓰자는 취지로 다중이용시설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주일만 사용금지였지만, 한 주가 지나도 계속 유지되었다. 그렇게 사지방에 못가다가 9월 초에 휴가를 갔다와서 2주간 격리를 하게 되었다.

격리는 대대 BOQ에서 했고, 도중에 한 번 신막사 사지방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이때 2020 군장병 해커톤 대상자 선발 과정에 참여 중이었는데 코테는 도저히 폰으로 할 수가 없어서 간부에게 부탁해 신막사 사지방을 이용해서 응시했다. 코테 결과는 격리 기간이 끝나 9월 말에 소초로 복귀하고 며칠 있다가 나왔다. 다른 부대 친구 한 명이랑 팀으로 등록했는데 다행히 둘 다 대상자로 선발이 되어 해커톤에 참여하게 되었다. 원래라면 10월 말에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는 장소에서 5일간 해커톤을 하는 대회인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0월 한 달간 각자 사지방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소초 사지방은 인터넷 문제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고장 신고를 넣어도 고쳐지지 않았다. 답답했지만 10월 8일이 대대 복귀 날이라 신막사 사지방을 쓰면 되기 때문에 기다렸다.

대대 복귀 후 며칠 동안 개발 환경 구성, 개발 방법, 방향 같은 것들을 정했다. 우리 프로젝트는 부대에서 발생하는 일거리를 공고, 모집/지원하는 앱이었다. 앱 만드는 것은 경험이 전무해서 같이 백엔드를 먼저 완성하고 남는 기간에 앱을 만들면서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팀원과 앱의 기능, 추가할만한 요소같이 서버를 만들 때 필요한 내용의 의견 조율을 하고 이틀 정도 환경 구성을 진행했다.

osam(국방~아카데미)에서 azure계정이 있으면 이용할 수 있는 online codespaces를 지원해줘서 여기서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찾아보니 visualstudio code랑 거의 동일한 것 같았다. VS Code도 처음이라 github, live share 연동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이제 springboot 설치하고 예제만 돌려본 다음에 달리자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는데 거짓말같이 신막사 사지방도 인터넷이 고장 났다. 또 고장신고를 넣고 주말을 보내니 10월 20일이 되었고, 10일로는 정말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전화해서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소초에서부터 인터넷 문제 때문에 한 번 전화했던지라 담당자분도 기억하시고는 빠르게 처리해주셨다.

나한테 정말 알맞고 필요했던 기회였는데 아쉽게 되었다. github에 개인용이 아닌 repo도 만들고 springboot같은 현업에서 쓰이는 프레임워크를 이용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뻔했다. 비록 진행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얻어가는 게 몇 가지 있긴 하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추상적인 단어일 뿐이었던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프로젝트의 주제를 떠올리고 그 주제를 프로젝트의 목적, 구현 방법까지 연결해 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앱의 사용자(간부/용사)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정의하고 사용자별 권한, 앱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면과 같은 골격을 그려놓았다. 이렇게 의논하면서 협업에 대한 자세도 조금 바뀌게 된 것 같다. 내가 하루종일 생각해서 떠올려내고, 프로젝트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지 고려한 기능이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필요 없는 기능일 수 있다. 이럴 때 그 관점을 이해하고 다시 생각해보는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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